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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택배 상하차 후기 2편

본인은 여자고, 택배 상하차 당일 모집에 지원함. 근무한 곳은 cj청원. 상하차에 지원했는데 분류로 배정됨. 저녁 식사 시간이나 사소한 팁 등 자세한 부분까지 줄줄 썼으니까 감안하고 보길.


택배 상하차 후기 1편을 보려면 클릭



PM 8:20 분류 업무 배정
안전 교육이 끝나고 인솔자 분을 만남. "택배 분류 처음 해 보지?"라고 물어 보셔서 끄덕끄덕 했는데 "끄덕거리지 말고 말로 하자"라며 혼남 ㅠ 현장이 컨베이어 벨트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대답 크게 해야 한다고 함.
나는 물류 창고 맨 끝자리 컨베이어 벨트로 배정 받음. 물류 창고는 뻥 뚫린 구조임. 맨 끝자리는 추위에 가장 노출된 곳..^^


PM 8:30 분류 업무 시작
택배 운송장에 12와 7이 써있음. 여기에서 12를 따로 분류하면 된다고 함. 그러면 상차하는 분들이 7번과 12번을 각각 커다란 화물차에 실으심. 상하차 지원했는데 분류라니! 엄청 쉬울 것 같았음.

그림으로 설명하면 이런 느낌.
컨베이어 벨트 위로 상자들이 마구 줄지어 오기 시작했음. 문제는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상차 속도에 맞춰야 해서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음. 상자들을 내가 직접 계~속 밀어야 하는 거임. 처음에는 그걸 몰라서 물건 밀리고, 막히고, 벨트 아래로 떨어지고 난리였음. 그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나타나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라며 격려해주시고 일 도와주심ㅠㅠ 두어번 혼나기도 함.
무겁고 큰 택배 정말 많이 들어옴. 그런 것들을 계~속 밀고 분류함. 목장갑 끼고 일하는데 너무 추워서 서서히 손에 감각이 없어짐. 도저히 추워서 안되겠다 싶을 때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핫팩을 나눠줌.



PM 10:30 분류 작업 2시간 경과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 상차하는 분이 쉬다가 오라고 하심. 어플로 휴게 시간만 기록하고, 조금 앉아 있다가 바로 다시 작업함. 더 쉬었다가 오라고 하셨는데, 힘들지가 않아서 1-2분 앉아있다가 바로 작업함.
(절대 이러면 안 됩니다. 쉬는시간에는 꼭 목도 풀어주고 어깨도 풀어주고 허리 운동도 하세여. 안 그러면 다음날 죽어…)
그 분은 내가 일 못해도 한 번도 혼내지 않으시고 좋게 일 알려주심. 계속 쉬는 시간 챙겨주시고 초코바도 건네주셨음ㅠㅠㅠ 너무 감사했고, 전우애랄까 동료애랄까 그런 감정이 느껴졌음.



P.M. 11:58 식사
12시부터 식사 시간임. 베테랑 분이 식사 시간 2분 전이니까 미리 식당 가라고 하심. 지금 아니면 식당 밖으로 줄 서야 한다고 함. 따뜻한 배려 덕분에 줄 안 서고 밥 먹을 수 있었음.
밥도 손소독하고 비닐장갑 끼고 먹어야 함. 식탁도 전부 칸막이 돼있음. 메뉴는 김치제육볶음, 콩나물, 배추김치, 김칫국, 흑미밥이 나옴. 뷔페처럼 직접 동그란 접시 들고 반찬이랑 밥 퍼야 함. 별 거 없지만 되게 맛있었음.
밥 다 먹고 마스크 갈아끼는 걸 추천함. 힘들게 일하다 보니 숨을 거칠게 쉬고, 그러다보면 마스크에 습기 차서 축축해짐. 다시 낄 때 아주 찝찝함.
그리고 꼭 알아둬야 할 점은 느릿느릿 핸드폰 하면서 밥 먹으면 다른 분들은 추운 밖에서 기다린다는 거. 나 배려해준 아저씨 밖에서 기다리지 않게 cj청원에서 일할 사람은 꼭 부탁해요



AM 12:30 식사 후 남는 시간
휴게실로 들어가서 쉼. 빨리 가면 좋은 의자 앉을 수 있음. 그 큰 휴게실에 작은 히터 딱 2개 있었음. 천장형 히터 아님.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휴게실도 너무 추웠음. 멍ㄸㅐ리면서 핫팩만 주물거리자 옆에 있던 안전 요원 분이 “추워요?”라고 물어보시며 본인 핫팩 주셨음 ㅠㅠㅠㅠㅠㅠㅠㅠ 괜찮다고 했는데,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주심 ㅠㅠ 본인 게 더 따뜻할 거라며,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더 따뜻하다고 하심 ㅠㅠ 감동이었음



AM 1:00 업무 재개
다시 컨베이어 벨트로 감. 근무지 바뀔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난 안바뀜. 대신에 베테랑 분이 바뀜. 또 다른 친절한 아저씨가 오셨음. 이때쯤에 일머리가 생겨서 원만하게 작업함.



AM 3:00
시간이 너무 안감... 체감상 점심 먹고 5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2시간 지나있음.. 앞으로 5시간 더 해야 함.... 택배가 끝도 없이 들어옴... 허리가 점점 아파옴... 원래 허리가 자주 아픈데 그걸 간과한 거임... 계속 택배를 밀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듬. 걷는 것도 허리가 아파서 뒤뚱거림. 입에서 저절로 끙 소리 나옴
이때쯤 화물차 하나 다 채운 듯. 마무리 상차 작업할 때 어디선가 다른 분들이 오셔서 같이 하심. 그러다보니까 어수선한 분위기에 일도 수월해지고 ㅋㅋㅋㅋㅎ 그래서 이제 끝인 줄 알았음. 근데 텅 빈 화물차가 새로 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M 4:30
도저히 안될 것 같았음. 허리가 너무 아픔. ‘이제 안돼... 이제 안돼...’ 중얼거리면서 일함. 여기까지 일한 시급만 받고 통근 버스로 도망가고 싶었음. 잠깐 컨베이어 밸트에서 물건 안 들어 올 때마다 앉아서 쉬고 스트레칭함. 상차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음.
날도 너무 추움. 손이 시려운 정도가 아니라 감각이 없어짐.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소용이 없고 핫팩을 쥐고 일해도 소용이 없음.



AM 6:00
분명 안될 것 같다고, 이제는 못 버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움직이게 됨. 아프다는 감각도 잊고 정신이 조금 나간 상태로 작업함. 걷는 속도나 작업 속도도 현저히 느려짐. 오죽하면 상차하는 분들이 나를 도와주심. 그거 보고 더 힘내서 노력했음. 폐끼치지 말자 ㅠㅠ
이때쯤 되면 언제 날이 밝는지 계속 밖만 쳐다 보게 됨. 해가 떠야 끝나니깐 ㅠㅠ



AM 7:30
드디어 날이 밝았음. 새벽이 이렇게 긴 시간인 줄은 처음 알았음. 드디어 끝이 날 거라는 희망이 생김. 10시간이 되도록 택배가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옴. 끝날 것 같은데 끝나지 않음. 하필 이때 생수 묶음도 줄줄이 들어 옴. 하... 밀려드는 택배가 나에게 절망을 배달함.
너무 추워서 승모근이랑 턱에 힘 계속 들어가 있음. 힘 빼려고 해도 절대 안됨. 핫팩도 의미 없음
나만 이렇게 힘든가 해서 주위 둘러 보면 다들 팔팔함. 처음 일하는 사람도 팔팔하고 오래 일한 사람도 팔팔함. 내가 유독 약골인듯.



AM 8:30
알바 공고대로라면 지금이 끝날 시간임. 갑자기 물건이 적게 들어 오더니 상자 2개만 옴. 너무 신나서 거의 뛰면서 상자 밀고 분류한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다시 물건이 들어오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임
이 아니라 진짜로 1시간 더 작업함ㅋㅋㅋㅋ 아 연장 근무…ㅋㅋㅋㅋㅋㅋㅋ



AM 9:30
총 화물 트럭 3대 반을 채우고 작업이 끝남. 인솔자 분이 어플로 퇴근 인증하도록 안내해주심. 사물함에서 내 짐 챙기고 핼멧 반납하고, 출근할 때 탔던 통근 버스 타면 정말 끝. 기진맥진할 줄 알았는데 신남




2편을 마치며
분류 아르바이트, 돈은 얼마 받을까? 허리 후유증은 얼마나 갈까? 3편에서는 후유증이랑 일급 등을 다룹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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